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수많은 환경호르몬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환경호르몬이라고 알고 있는 것의 정식 명칭은 ‘내분비교란물질’로, 일상에서 노출되는 화학물질 중 인체 내부에 존재하는 호르몬의 작용에 영향을 주는 종류를 포괄적으로 지칭합니다.
이러한 내분비교란물질은 우리 몸 안에서 내분비 신호전달체계에 끼어들어 마치 자신이 호르몬인 것처럼 행세하여 정상적인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게 됩니다. 우리 몸의 항상성은 우리 몸에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유지될 수 있으며, 체내 항상성이 무너질 경우 우리는 질병에 걸렸다고 표현합니다.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 A·프탈레이트
산업화 이후부터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합성화학물질의 종류는 약 10만 종에 이르는데, 이중 공식적으로 환경호르몬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은 100여 종에 이릅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스페놀 A’ 그리고 ‘프탈레이트’가 있습니다.
플라스틱병, 식품용기, 젖병, 영수증 등에 쓰이며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비스페놀 A의 경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화학구조를 가져 여성호르몬 기능을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바닥 고급 인테리어로 각광받는 에폭시의 주원료 역시 비스페놀 A입니다. 장난감, 화장품 용기, 의료기기 등에 사용되는 ‘프탈레이트’의 경우, 부모가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면 자손의 신경발달 이상으로 지능 저하나 과잉행동장애(ADHD)를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했는데,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화학 첨가제로 플라스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원료입니다. 또한 제대로 정수되지 않은 물 속의 중금속 또한 장기간 섭취 시 호르몬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반복 노출로 관심이 요구되는 환경호르몬
환경호르몬은 우리의 일상 속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식품, 공기, 피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옵니다. 환경호르몬의 노출 특성은 다종, 저용량, 반복 노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조금씩 우리 몸에 누적되는 바디 버든(Body Burden: 일정 기간 체내에 축적된 유해 물질의 총량)의 증가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은 결국 질병에 걸리게 됩니다.
현대사회에서 환경호르몬의 노출을 완벽하게 피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음식, 공기, 물에는 이미 다양한 환경호르몬이 존재하고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음식을 통한 노출은 먹이사슬에 의한 원재료의 오염, 용기를 통한 오염 그리고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기에 더욱 많은 관심이 요구됩니다.
환경호르몬과 질병과의 관계
환경호르몬은 저용량으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질병이 불임과 난임인데, 이는 많은 환경호르몬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거나 항에스트로겐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임신 중에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경우 태아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하여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있으며, 대뇌 발달 이상으로 인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증후군(ADHD)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암도 환경호르몬에 의해 유발되는데, 호르몬에 민감한 암인 유방암, 전립선암 등은 2000년 이후 한국에서 발생 정도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호르몬 노출로 인해 당뇨병, 비만 등 대사 질환이 발생하기도 하며, 환경호르몬이 면역 기능을 교란하여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을 높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환경호르몬은 부모 세대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자손에게 다양한 유해성을 미치기에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활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환경호르몬을 멀리하기 위한 작은 노력들을 찾아서 실천하며 예방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출처 : JTBC 차이나는 클라스 106회, KNN 대한민국 최고의 강연
최강1교시(강연자: 한양대학교 생물학 박사 계명찬)